회계는 액수가 아니라 설명 가능성의 문제입니다
향우회 회계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대개 금액의 크기가 아닙니다. 총회 자리에서 "이 항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바로 답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한 해 내내 물어보면 답할 수 있게 정리해 두는 것만으로 회계 업무의 대부분은 끝납니다.
아래는 향우회 총무가 회계연도 한 바퀴 동안 밟게 되는 실무를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임원 운영 전반은 별도의 글에서 다루므로, 여기서는 돈을 다루는 부분만 자세히 봅니다.
1단계 — 회계 장부의 뼈대 만들기
- 계정 과목을 먼저 정합니다. 수입은 연회비, 특별회비, 찬조금, 이자수입 정도로 나누고, 지출은 행사비, 경조사비, 사무비, 홍보비, 장학사업비, 예비비처럼 나눕니다. 과목이 너무 많으면 관리가 어렵고, 너무 적으면 결산 때 설명이 안 됩니다. 여덟 개 안팎이 적당합니다.
- 과목은 한 해 동안 바꾸지 않습니다. 중간에 과목을 늘리면 전년도와 비교가 되지 않아 결산서의 의미가 줄어듭니다.
- 장부는 공유 문서로 둡니다. 스프레드시트 한 장이면 충분하되, 총무 개인 기기에만 있으면 인수인계 때 사라집니다. 회장과 감사가 언제든 열어 볼 수 있는 위치에 두십시오.
2단계 — 회비 수납
- 단체 명의 계좌로 받습니다. 개인 계좌로 받으면 개인 자금과 섞여 나중에 소명이 어렵습니다. 단체 계좌 개설에 필요한 고유번호증은 별도의 글에서 다룹니다.
- 입금자명 규칙을 안내합니다. "성함 + 읍면" 형식처럼 규칙을 정해 공지하면 미확인 입금이 크게 줄어듭니다.
- 수납 대장을 따로 둡니다. 회원별 납부 현황을 한 장에 정리해 두면 미납 안내가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독촉이 아니라 안내가 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3단계 — 지출과 증빙
- 증빙 없는 지출을 만들지 않습니다. 세금계산서나 카드 전표가 원칙이고, 부득이하게 현금으로 지출했다면 지출결의서에 사유와 상대방을 적고 회장 확인을 받아 둡니다.
- 지출 즉시 촬영해 보관합니다. 영수증은 시간이 지나면 인쇄가 사라집니다. 지출한 날 바로 사진으로 남기고 파일명에 날짜와 항목을 적어 두면 결산 때 다시 찾을 일이 없습니다.
- 일정 금액 이상은 사전 승인 절차를 둡니다. 금액 기준은 회칙이나 임원회의 결의로 정해 두면 총무가 혼자 판단하는 부담이 사라집니다.
- 경조사비는 규정에 따라 집행합니다. 판단이 개입되는 순간 형평성 문제가 생기므로, 기준을 미리 만들어 두는 편이 총무를 지켜 줍니다.
4단계 — 결산서 작성
총회에 올릴 결산서는 다음 항목이 들어가면 대체로 충분합니다.
- 전기 이월금 — 지난 회계연도에서 넘어온 잔액
- 수입 내역 — 계정 과목별 금액과 합계
- 지출 내역 — 계정 과목별 금액과 합계
- 차기 이월금 — 다음 회계연도로 넘기는 잔액
- 예산 대비 집행률 — 계획과 실제의 차이가 큰 항목에는 한 줄 설명을 붙입니다
- 기말 잔액 증명 — 결산일 기준 통장 잔액이 차기 이월금과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결산서에서 가장 자주 지적받는 부분은 통장 잔액과 장부 잔액이 맞지 않는 경우입니다. 미결제 건이나 이월된 미수 회비가 원인일 때가 많으므로, 차이가 있다면 숨기지 말고 사유를 표에 적어 두십시오.
5단계 — 감사와 총회 보고
- 총회 전에 감사에게 장부와 증빙 원본을 넘겨 확인받습니다. 총회 당일에 처음 보여 주면 감사도 곤란하고 회원도 불안해합니다.
- 감사 의견은 구두로 끝내지 말고 짧은 문서로 남겨 회의록에 첨부합니다.
- 총회 자료집에는 결산서와 감사 보고를 함께 싣습니다. 숫자만 있는 표보다, 주요 지출에 한 줄 설명이 붙은 표가 훨씬 신뢰를 얻습니다.
인수인계까지가 회계입니다
임기가 끝나면 장부 파일, 증빙 폴더, 통장과 인감, 계좌 관련 인증 수단, 미처리 안건 목록을 정리해 다음 총무에게 넘깁니다. 재경장성군향우회(장성군민회)가 60년 넘게 사업을 이어 올 수 있었던 바탕에도 이 인수인계의 반복이 있었습니다. 한 해의 기록이 다음 해로 온전히 넘어가면, 향우회의 신뢰는 사람이 바뀌어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