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회는 사람이 모이면 생기지만, 오래가려면 절차가 필요합니다
고향 사람 몇이 모여 밥을 먹다가 "우리도 향우회를 만들자"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 시작입니다. 다만 모임이 단체가 되려면, 나중에 회원이 늘고 임원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최소한의 틀이 있어야 합니다. 재경장성군향우회(장성군민회)의 경우에도 12개 읍면별 향우회가 각각 이 과정을 거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래는 새 향우회를 만들 때 밟게 되는 절차를 순서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규모가 작다면 몇 단계를 합쳐도 무방하지만, 순서 자체는 뒤집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1단계 — 발기인 모임
- 발기인은 다섯 명 안팎이면 충분합니다. 인원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과 세대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입니다. 특정 학교나 특정 연배만으로 시작하면 나중에 문턱이 높아 보입니다.
- 첫 모임에서 정할 것 — 단체의 범위(시군 단위인지 읍면 단위인지), 대상 회원의 범위, 준비 기간, 역할 분담 정도면 됩니다. 회비나 임원 구성은 아직 이릅니다.
- 회의록을 첫날부터 남깁니다. 나중에 창립 연도를 확인할 근거가 되고, 고유번호증 신청 때도 쓰입니다.
2단계 — 회원 명단 확보
- 기존 상위 향우회(시군 단위 향우회나 연합회)에 협조를 구하면 출발이 빠릅니다. 다만 명단을 넘겨받을 때는 본인 동의 없이 연락처를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고향 지역 언론이나 군청의 향우회 관련 안내를 통해 이미 활동 중인 모임이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같은 지역에 향우회가 둘로 갈리는 일은 대개 이 확인을 건너뛰어 생깁니다.
- 초기 연락은 소수에게 정중하게 개별로 하는 편이 단체 문자보다 반응이 좋습니다.
3단계 — 회칙 초안 작성
창립총회 전에 회칙 초안이 나와 있어야 합니다. 총회 당일에 조항을 즉석에서 만들면 회의가 길어지고 결론도 흐려집니다. 명칭·목적·회원 자격·임원 구성과 임기·총회 운영·재정·부칙까지 최소한의 장을 갖춘 초안을 미리 돌려 의견을 받아 두십시오. 조항별 작성 요령은 회칙 관련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4단계 — 창립총회
창립총회는 단체의 생일에 해당합니다. 아래 순서만 지키면 형식은 갖춰집니다.
- 개회 선언과 성원 보고
- 발기인 대표의 경과보고 — 준비 과정을 짧게 설명합니다
- 회칙(안) 심의와 의결
- 임원 선출 — 회장, 부회장, 총무, 감사
- 사업계획(안)과 예산(안) 의결
- 회비 결정
- 폐회 및 기념 촬영
이날 반드시 남겨야 하는 것은 회의록입니다. 개최 일시와 장소, 참석 인원, 안건별 의결 결과, 선출된 대표자를 적고 참석자 서명을 받아 두십시오. 이후 단체 계좌 개설이나 고유번호증 신청에서 이 문서를 요구받습니다.
5단계 — 창립 이후 한 달
- 고유번호증 신청 — 회칙과 창립총회 회의록이 갖춰졌다면 관할 세무서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필요 서류는 단체 성격에 따라 다르므로 방문 전 확인이 안전합니다.
- 단체 명의 계좌 개설 — 회비는 처음부터 단체 계좌로 받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 소통 창구 개설 — 밴드나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창립총회 사진과 회의록 요약을 올립니다. 참석하지 못한 분들에게 결과를 알리는 것이 두 번째 모임의 참석률을 좌우합니다.
- 상위 향우회에 창립 통보 — 시군 향우회나 연합회에 알려 두면 이후 행사 초청과 협조가 자연스러워집니다.
첫해에 무리하지 않는 것도 요령입니다
창립 첫해부터 체육대회와 장학사업을 동시에 벌이다 지쳐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첫해에는 정기 모임을 거르지 않는 것 하나만 목표로 삼아도 충분합니다. 사업은 회원이 늘고 회계가 안정된 뒤에 늘려도 늦지 않습니다.